Big Pine Lakes Day Hike
Big Pine Lakes는 캘리포니아 동부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자리한 고산 호수들로, 선명한 청록빛 호수와 웅장하게 솟은 Temple Crag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총 일곱 개의 주요 호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풍경을 하이킹이나 백패킹으로 둘러볼 수 있다. 특히 2번 호수에서 바라보는 Temple Crag의 전경은 이곳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가 가장 좋은 시기이며, 힘든 오르막 끝에 마주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큰 보상이 된다.



이번 하이킹은 Big Pine Creek Trailhead에서 시작했다. 전날은 Bishop에서 숙박을 했는데, 트레일헤드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라 새벽 일찍 움직이기 좋았다. 실제로 우리는 새벽 5시 40분쯤 도착했는데, 마침 Labor Day 연휴라 그런지 이미 주차장은 거의 가득 차 있었고, 다행히도 딱 두 자리만 남아 있었다. 인기 있는 코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붐비는 모습은 조금 놀라웠다.



트레일 초반에는 아직 어두워서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 사이 해가 금세 떠올라 숲 사이로 빛이 스며들었고, 점점 시야가 열리면서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본격적인 하이킹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었다. 해가 뜨고 나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됐다. 초반에는 울창한 숲길이 이어져 그늘이 있어 걷기 수월했지만, 고도가 점점 올라갈수록 숨이 차오르고 다리도 묵직해졌다. 그래도 길 옆으로는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중간중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잠시나마 힘든 걸음을 잊게 해주었다. 숲나무가 점점 드물어지면서 눈앞에는 거대한 바위산과 함께 트레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이 펼쳐졌고, 푸른 하늘 아래 드러난 전경이 앞으로 만날 호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다.



걷는 동안 우리는 중간중간 그늘에 앉아 물을 마시고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그렇게 짧게 쉬어가며 올라가다 보니 Wilderness Ranger Camp를 지나게 되었고, 이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길은 한층 더 가파르게 이어졌다. 힘든 구간이었지만, 땀을 식히며 잠시 멈춰 선 순간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Trailhead에서 약 1시간 반을 걸은 끝에, 마침내 첫 번째 호수가 눈앞에 다가왔다.
First Lake
숲길을 따라 마지막 오르막을 지나자 마침내 시야가 열리며 첫 번째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하이킹 전에 사진으로 봤을 때는 ‘실제로는 저렇게 선명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물빛은 상상 이상이었다. 깊고 선명한 청록빛이 햇빛을 받아 더욱 또렷하게 빛났고, 물이 고요하고 투명해서 호수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동안의 땀과 고생이 한순간에 잊혀질 만큼 인상적인 풍경이었다. 드디어 Big Pine Lakes의 시작을 마주했다는 벅찬 기분에,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가에 앉아 그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호숫가에 앉아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재정비를 했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물도 마시면서 체력을 회복했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으며 시간을 보냈다. 고요한 호수 앞에서 여유롭게 쉬는 이 시간이 하이킹의 또 다른 즐거움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즐긴 뒤, 다시 배낭을 메고 두 번째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Second Lake
첫 번째 호수를 지나 다시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두 번째 호수에 도착했다. 이곳은 크기도 더 크고, 무엇보다 뒤로는 Temple Crag이 우뚝 서 있어 풍경이 한층 더 인상적이었다. 고요한 호수와 거대한 바위산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이곳을 대표하는 장면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잠시 물가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힘든 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우리는 물가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내려놓은 뒤 잠시 더 머물렀다. 호수 앞에 앉아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계속 바라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만큼 선명한 색감이었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특히 Temple Crag은 거대한 암벽이 호수 뒤편을 장엄하게 뒤덮고 있어, 이곳의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했다. 고요한 호수와 웅장한 바위산이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은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아름다움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힘들게 걸어온 길도, 가파른 오르막에서의 고생도 모두 잊을 만큼 벅찼다.





우리는 두 번째 호수를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원래는 세 번째 호수까지 가볼 생각이었지만,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쉬엄쉬엄 걷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돌아가는 길까지 고려하면 늦어질 것 같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올라가는 데는 약 6시간이 걸렸지만, 돌아올 때는 내리막이라 더 빠르게 내려와 약 3시간 20분 만에 트레일헤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총 9시간이 조금 넘는 여정을 마무리하며, 언젠가 다시 찾아 나머지 호수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남겼다.
Catalina Casino
긴 시간의 하이킹이었지만, 그만큼 시에라 네바다의 풍경과 고요한 호수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여정이었다. 선명한 청록빛 호수와 웅장한 Temple Crag은 사진보다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순간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에는 두 번째 호수까지만 다녀왔지만, 다음에는 더 일찍 출발해 나머지 호수들도 꼭 만나보고 싶다. 조금은 멀고 힘들지만, 전혀 다른 세상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Big Pine Lakes로 하이킹을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