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ffee & Dessert Omakase by Josh Lu
Ahma는 커피와 디저트를 단순히 ‘마시는 것’이나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섬세하게 완성된 인테리어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머물게 했고, 그 안에 앉아 있는 동안만큼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공간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경험한 Ahma의 첫 시즌 프로그램 ‘Beginnings’은 총 5코스로 구성된 테이스팅 메뉴로, 각각의 코스는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이 사진의 한 장면처럼 차분하게 이어졌다.
Welcome 코스는 차와 쇼트브레드로 부드럽게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어주었다.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차와 간단한 다과를 내어주던 할머니의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코스로, 공간에 자연스럽게 안착하게 만드는 시작이었다. 카스카라 차는 가볍고 맑은 단맛이 인상적이었고, 쇼트브레드는 담백하면서도 버터의 풍미가 과하지 않게 살아 있어 첫 코스로 부담 없이 즐기기 좋았다. Home 코스에서는 콜드브루와 Aunt Pai’s Flan이 함께 제공되며 한층 편안하고 익숙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가족 모임이나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이모의 플란에서 영감을 받은 디저트로, 질감은 부드럽고 단맛은 과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함께 나온 콜드브루는 에티오피아 원두로 추출되어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했고, 은은한 초콜릿 향이 느껴져 디저트의 달콤함을 차분하게 정리해주었다.
Butter 코스는 Pour-over 커피와 비스킷으로 구성되어, 재료의 본질이 가장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완벽한 비스킷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해 왔다는 Josh의 설명처럼, 섬세한 결의 비스킷은 watermelon rose jelly와 함께했을 때 특히 조화가 좋았다. 커피 역시 과하지 않게 곁들여지며, 이 코스의 균형을 깔끔하게 완성해주었다. Awaken 코스에서는 에스프레소와 토스트가 등장하며 전체 흐름에 확실한 리듬을 더했다. Josh의 첫 주방 경험이 시작된 곳에서 마셨던 한 잔의 에스프레소에서 영감을 받은 이 코스는, 기존에 떠올리기 쉬운 강하고 날카로운 에스프레소와는 달리 부드럽고 달콤한 인상이 중심이었다. 에스프레소는 그대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얼음을 넣거나 우유를 더해 취향에 맞게 마실 수 있어, 같은 커피를 여러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함께 나온 콘 토핑의 토스트는 고소한 풍미와 식감으로 커피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마지막 Past and Future 코스에서는 Espresso Mai Tai와 Panna Cotta로 여정의 끝을 맺었다. 이름 그대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를 잇는 코스로, 전반적인 경험을 차분하게 정리해주는 인상이었다. Espresso Mai Tai는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은 목테일로, 과일 향이 또렷한 커피를 사용해 커피 특유의 향과 열대 과일 같은 인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Panna Cotta는 어린 시절의 아몬드 젤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저트로, 익숙한 기억을 부드럽게 건드리는 맛이었다. Ahma의 시작과 끝이 모두 ‘추억’에서 출발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인 마무리였다.
San Gabriel
Ahma
전반적으로 Ahma의 ‘Beginnings’는 커피와 디저트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조용히 풀어내는 경험이었다. 시즌별로 코스 구성이 바뀌는 프로그램이라, 같은 공간이라도 방문할 때마다 다른 흐름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예약제로만 운영되어 더욱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험에 집중할 수 있었고, 빠르게 소비하는 카페 방문이 아니라 천천히 앉아 한 코스씩 음미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섬세한 커피 경험을 원한다면, Ahma는 충분히 기억해둘 만한 곳이다.(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