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portation / Stay / Weather
Seattle은 미국 워싱턴주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회색빛 구름이 잔잔히 드리운 하늘 아래 바다와 산,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스타벅스의 탄생지이자 음악과 예술, 커피 문화가 깊게 스며 있는 이 도시는, 날씨만큼이나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매력을 품고 있다. 비가 잦은 도시지만, 실내 공간의 따뜻한 분위기와 흐린 하늘 아래의 산책길이 오히려 이곳만의 고요한 매력을 더해준다.



우는 이 매력적인 도시에 작년 3월 다녀왔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때의 여행을 소개해보려 한다. LA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2시간 35분 정도 소요되어 도착했으며, 시애틀에 도착한 후에는 링크 라이트 레일과 모노레일을 이용해 시내를 이동했다. 전체적으로 교통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여행자 입장에서 꽤 편리하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호텔로 향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링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낮 시간이라 그런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참고로 이동 중에 티켓 검사를 할 때도 있는데, 매번 하는 건 아니고 직원이 중간에 올라타 랜덤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동 중 티켓 검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언제 검사를 할지 모르니 티켓은 꼭 소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호텔은 Fairmont Olympic Hotel에 머물렀는데, 방도 아주 깨끗했고 룸서비스 음식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체크인할 때 깜빡하고 레이트 체크아웃 요청을 하지 못했는데, 룸에 비치된 책자를 보니 로비와 문자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안내되어 있었다. 그래서 문자로 레이트 체크아웃 요청을 보냈더니, 빠르고 친절하게 응답해주어 인상이 좋았다. 문의사항을 문자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고, 응답도 빨라서 전체적으로 이용하기 편했다.
Fairmont Olympic Hotel – Seattle



3월의 시애틀은 꽤 쌀쌀한 편이었고, 여행 중 두 번 정도 잠깐 비가 내렸다.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바닥이 젖을 정도로 잠시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우산이 꼭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고, 추운 날씨에 대비해 패딩을 입고 다녔으며, 비가 올 때를 대비해 모자도 함께 챙겨 썼다.
University of Washington & Suzzallo Library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친 뒤 가장 먼저 University of Washington으로 향했다. 링크를 타고 University of Washington역에서 내리면 캠퍼스에 바로 도착할 수 있는데, 그 안에 바로 Suzzallo Library가 위치해 있다. 이 도서관은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 학교 도서관과 비슷한 분위기로 유명한 곳인데, 나도 해리 포터 팬이라 예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였다.



학교도 둘러보며 도서관까지 걸어갔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캠퍼스엔 학생들도 많았고,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인상적이었고, 수잘로 도서관이 가까워질수록 기대감도 자연스레 커졌다. 도서관 안에는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웠고, 오래 머무르지 않고 사진만 빠르게 찍고 나왔다. 잠깐이었지만 천장, 조명, 창틀, 책장까지 하나하나가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줬다.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아치형 천장은 해리 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도서관을 떠올리게 했고, 해리 포터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Suzzallo and Allen Libraries
Chihuly Garden and Glass
워싱턴대학교에서 나와 Chihuly Garden and Glass로 이동했다. 세계적인 유리 예술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으로, 실내 전시관과 야외 정원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미리 온라인에서 표를 구입할 수 있는데, 치훌리 가든과 스페이스 니들 입장권을 함께 묶은 번들 옵션도 있었다. 나는 두 군데 모두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번들 티켓으로 예매했는데, 날짜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며 최대 $9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치훌리 가든에는 정말 아름다운 유리 공예 작품들이 가득했다. 색감도 화려하고 형태도 독특해서 하나하나 눈길이 갔고, 공간 전체가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실내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데, 자연 속에 배치된 유리 작품들이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주어 인상적이었다. 유리와 빛, 식물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시선을 사로잡았고, 잠시라도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공간이었다. 시애틀에 간다면 꼭 들러보길 추천하고 싶은 곳 중 하나다.
Chihuly Garden and Glass
Space Needle
스페이스 니들은 치훌리 가든 바로 옆에 있어서 두 곳을 한 번에 방문하기에 좋았다. 원래는 온라인 예매 시 야경을 보기 위해 저녁 시간대로 예약해두었는데, 다른 장소를 다시 왔다 갔다 하기엔 비효율적일 것 같아 현장 매표소에 가서 시간 변경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다행히 직원이 친절하게 시간 조정을 해줘서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스페이스 니들은 1962년 세계 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시애틀의 대표적인 전망 타워로, 높이는 약 184미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시애틀 시내는 물론 바다, 산, 숲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진다. 올라갔을 때 마침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유리창 너머로 보는 흐린 시애틀의 풍경이 더욱 분위기 있게 느껴졌다. 전망대는 실내 공간뿐 아니라 유리 난간으로 된 실외 공간도 있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고, 전망대 안에서는 맥주와 칩 같은 간단한 스낵도 판매하고 있어 여유롭게 앉아 시애틀의 전경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Space Needle
Starbucks Reserve Roastery
시애틀 하면 떠오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다. Pike Place Market에 스타벅스 1호점이 있고, 전 세계 첫 번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도 2014년 12월 이곳 시애틀에 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길을 걷다 보면 스타벅스 매장이 유난히 많이 보였다.



여행 둘째 날 아침,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오픈 시간인 오전 7시에 맞춰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커피 향이 가득 퍼졌고,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매장은 조용하고 한산했다. 매장은 꽤 넓고 구성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고, 뭘 마셔볼지 고민하다가 여러 가지 맛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Cold Brew Trio Flight를 주문했다. 처음엔 큰 차이를 못 느낄 줄 알았는데, 세 가지 커피 모두 향과 맛이 확연히 달랐다. 특히 위스키 향을 입힌 Whiskey Barrel–Aged는 인상적이었고, 위스키를 좋아하는 오빠가 특히 좋아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는 매장 한쪽에 마련된 굿즈 섹션을 둘러봤다. 텀블러, 머그컵, 에코백, 원두 등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텀블러와 선물용 원두 2개, 내가 마실 원두 1개, 그리고 에코백까지 구매했다. 커피도 좋았지만, 공간 자체도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서 인상 깊었다.
Starbucks Reserve Roastery
Pike Place Market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1907년에 문을 연 시애틀의 대표적인 전통 시장으로, 오랜 역사만큼이나 시애틀 사람들의 일상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생동감 넘치는 공간이다. 시장 안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수공예품, 다양한 로컬 음식은 물론, 꽃과 해산물, 베이커리, 커피 등 개성 있는 가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실내외 구역이 연결되어 있어 산책하듯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시장의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특히 수산 코너에서는 생선을 손님에게 던지며 주문을 주고받는 퍼포먼스로도 유명한데,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관광객들도 많다. 단순한 시장을 넘어, 시애틀이라는 도시의 개성과 활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장소다.



우리도 이곳을 시애틀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로 꼽았는데, 아침 일찍 방문했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시장 전체가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했다. 생각보다 규모도 훨씬 크고, 신선한 해산물부터 직접 담근 꿀, 예쁜 꽃다발, 수제 비누와 소품, 그리고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는 로컬 카페까지 시장 안은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마켓 근처에는 스타벅스 1호점, 껌 벽, 유명 맛집들이 가까이 있어 함께 들르기에도 좋다. 시애틀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보길 추천하고 싶은 장소다.
Pike Place Market
Beecher’s Handmade Cheese
Pike Place Market 바깥쪽 거리에도 다양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중 Beecher’s Handmade Cheese에 들러봤다. 평소엔 줄이 길기로 유명한 곳이지만, 아침 일찍 방문한 덕분에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매장 안에는 진열된 치즈들이 있고, 치즈는 먼저 계산한 뒤 음식을 따로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먼저 Fresh Cheese Curds를 계산하고, 이어서 World’s Best Mac & Cheese를 주문했다. 맥 앤 치즈가 나오기 전 치즈 커드를 먼저 먹어봤는데, 생각했던 식감과는 꽤 달랐다. 쫄깃한 모짜렐라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단단하고 맛도 의외로 심심하게 느껴져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대신 큰 기대 없이 주문했던 맥 앤 치즈가 예상보다 훨씬 맛있었다. 솔직히 특별한 재료나 맛은 아니었지만, 바로 앞에서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어서인지 더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따끈하고 꾸덕한 식감도 좋았고, 간단하지만 만족스러운 간식으로 즐기기 좋았다.
Beecher’s Handmade Cheese
Rachel’s Ginger Beer
Beecher’s Handmade Cheese를 나와 길을 건너면 바로 Rachel’s Ginger Beer 보이는데, 칵테일을 좋아하는 우리에게는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했다. 매장은 캐주얼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고, 벽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다.



신분증 확인 후 망고 맛 칵테일 슬러시를 하나 주문했는데, 상큼하고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맛이었다. 마실 땐 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그냥 망고 음료 같았지만, 마시고 나서는 은근히 술기운이 올라왔다. 차가운 음료라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했지만, 맛있어서 끝까지 다 마시게 됐다. 시장을 둘러보다가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Rachel’s Ginger Beer
스타벅스 1호점 & Clam Chowder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하면 빠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면 바로 스타벅스 1호점과 클램 차우더다. 아침부터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시간을 꽤 보냈고, 지인이 스타벅스 1호점 머그컵을 이미 선물해준 덕분에 이번엔 1호점 방문은 패스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 앞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스타벅스 1호점을 가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클램 차우더로 유명한 Pike Place Chowder는 Rachel’s Ginger Beer 바로 옆에 있었는데, 이곳 역시 줄이 꽤 길었다. 오래 기다릴 자신은 없어서 아쉽지만 마켓 안쪽의 다른 가게에서 클램 차우더를 사 먹었는데, 기대보다 훨씬 맛있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안에도 클램 차우더를 파는 가게들이 여럿 있으니, 사람이 너무 많을 땐 다른 곳에서 가볍게 즐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마켓을 다 둘러본 뒤에는 The Seattle Great Wheel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켓과 멀지 않은 피어 쪽에 위치해 있었고, 멀리서도 관람차가 크게 보였다. 밤이었다면 야경을 보며 타보고 싶었겠지만, 낮 시간이라 그런지 굳이 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주변을 산책하며 구경했고, 피어 주변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여러 곳 있어서 둘러보기 좋았다. 여행 갈 때마다 자석을 모으는 편이라, 여기서 시애틀 자석 하나를 기념으로 구매했다.
The Museum of Flight
피어에서 우버를 타고 약 2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곳은 The Museum of Flight. 민간 항공부터 군용기, 우주 관련 전시까지 다양한 비행기와 항공 기술을 다루는 시애틀의 대표적인 항공 박물관이다. 실내에는 초기 비행기부터 현대 여객기까지 시대별 항공기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며 볼 수 있었고, 곳곳에 조종석 체험이나 영상 자료도 마련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처음엔 실내 전시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박물관 뒤편에 넓은 야외 전시장도 이어져 있었다. 그곳에서는 실제 비행기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었고, 기종마다 좌석이나 조종석 구조가 달라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루 종일 걷느라 피곤했지만, 이 공간은 놓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규모가 꽤 크기 때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나절 이상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천천히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The Museum of Flight
The Museum of Flight를 마지막으로, 짧지만 알찬 시애틀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지닌 다양한 매력들을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직접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 오는 도시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부터 활기찬 마켓, 감각적인 공간들까지 분위기 있는 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