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dona는 애리조나주에 있는 도시로, 붉은 암석 지형과 멋진 자연 경관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은 볼텍스(Vortex)라는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볼텍스는 명상, 요가, 영적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물론, 운동선수들까지도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찾는 특별한 명소다. 이번 Thanksgiving 연휴에는 우리도 3박 4일 일정으로 Sedona를 다녀왔는데, 하이킹을 하며 그 특별한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Devil’s Bridge
첫 번째 하이킹 코스로 선택한 곳은 바로 악마의 다리, ‘Devil’s Bridge’다. 이곳은 이름처럼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아치 모양의 다리로, 아래를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아찔한 스릴은 물론이고, 멀리 펼쳐진 붉은 암석 지형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치 위에 서서 찍는 사진이 인기라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 들르는 명소로 꼽힌다. 워낙 인기가 많은 트레일이라 주차가 어렵고, 도착 후에도 사진 찍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우리는 새벽 5시 반에 하이킹을 시작했다. 트레일은 Mescal Trailhead에서 시작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주차장에 차량이 딱 두 대밖에 없었다. 날씨는 엄청나게 추워서 화씨 32도에서 35도 사이를 오르내렸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얼어붙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약간 무서웠지만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며 열심히 걸었다. 다행히 Devil’s Bridge는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편이라 어두워도 걷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고, 다만 트레일 마지막 부분은 가파른 바위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약간의 체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걸어서 Devil’s Bridge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약 5팀 정도가 먼저 와 있었다. 아침 일찍 시작한 덕분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비교적 한적하게 다리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바로 위에 보이는 사진이 Devil’s Bridge다. 처음 다리를 봤을 때는 아찔해 보여서 올라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다리 위에 올라가 보니 폭이 넓어서 생각보다 무섭지는 않았다. 사진을 찍으려면 다리 반대편에서 찍어야 해서 줄 서 있을 때 다른 분들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고 개인 사진도 찍으려고 두 번 줄을 섰는데, 그때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떠날 때쯤 금세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이 길어졌고, 확실히 일찍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Devil’s Bridge까지는 왕복 2~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올라갈 때는 약 1시간 정도 걸렸고,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내려오면서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곳들을 구경하다 보니 총 3시간 반 정도 걸렸다.
Mescal Trailhead, Mescal Trail, Sedona, AZ 86336
Devil’s Bridge
Birthing Cave
Devil’s Bridge에서 내려온 후, 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 하이킹 코스인 Birthing Cave로 출발했다. Birthing Cave는 Long Canyon Trailhead에서 시작되며, Mescal Trailhead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Long Canyon Trailhead 트레일 앞쪽에 다시 주차할까 했지만, 이미 많은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돼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Birthing Cave로 가는 길은 대부분 넓고 평평한 모래길로 되어 있으며, 왕복 1~2시간 정도 소요되는 짧은 트레일이다. 이 트레일은 경치도 아름답고 비교적 쉬운 편이라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동굴로 들어가 전망을 보기 위해서는 동굴 벽을 올라가야 하는데, 벽이 매우 미끄럽고 붙잡을 것이 거의 없어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하이킹 신발과 장갑을 챙겨서 큰 도움이 되었다. 거대한 동굴 안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참고로 이 동굴이 Birthing Cave라고 불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원주민들이 출산과 관련된 의식을 거행하거나 출산을 돕기 위해 사용한 장소라는 것이다. 이 동굴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Birthing Cave
Bell Rock
Bell Rock은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 중 하나로, 바위 모양이 종과 닮았다고 해서 ‘Bell Rock’이라고 불린다. Bell Rock은 볼텍스 기운이 강한 곳 중 하나로, 독특한 형태와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 덕분에 많은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이자 사진 촬영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주차장이 늘 꽉 차 있다. 우리는 앞서 Devil’s Bridge와 Birthing Cave를 들렀다가 오느라 늦게 도착했더니 역시 주차 자리가 없었는데, 다행히도 조금 기다린 뒤에 겨우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트레일을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초반의 완만한 구간에도 앞서 5시간 정도 걸었던 터라 약간 힘이 들었다. 다행히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지친 마음을 달래며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사실 Bell Rock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면 한눈에 경치를 감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올라갈수록 그 모습이 점점 더 멋있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부터는 암벽등반하듯이 올라가야 해서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었다. 바위가 미끄럽고 경사가 급해져서, 더욱 신경을 써야 했고, 체력적으로도 꽤 도전적인 구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점점 더 멋지게 펼쳐져, 힘든 만큼 보람이 있었다. 우리는 거의 끝까지 올라갔었는데, 위쪽은 너무 위태로워서 더 이상 오르지 않기로 했다. 그 높은 Bell Rock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는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멋졌다. 그 순간, 모든 피로와 힘든 과정이 보람으로 바뀌었고,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Bell Rock까지 올라가는데는 약 1시간 정도 걸렸으며, 사진도 찍고 잠시 쉬다가 돌아오니 총 3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Bell Rock Trailhead
Sedona Airport Scenic Lookout
첫날 마지막 일정이었던 Sedona Airport Scenic Lookout는 세도나에서 가장 유명한 전망대 중 하나로, 세도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전망대에서는 세도나의 상징적인 붉은 바위들과 협곡을 멀리서도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으며, 일몰이나 일출 시간에 특히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 전망대는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하기 용이하며, 주차장 바로 앞에 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주차장 비용은 $3불이다.
전망대로 가자 탁 트인 세도나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붉은 바위들이 펼쳐진 자연의 장관이 마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 그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곳은 하이킹 없이도 쉽게 멋진 경치를 즐길 수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세도나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니 꼭 한번 들려보면 좋을 것 같다.
Sedona Airport Scenic Lookout
Subway Cave
다음날 아침, 이번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하이킹 코스인 Subway Cave에 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했다. 원래 계획은 Boynton Canyon 트레일에 6시에 도착해 하이킹을 시작하는 것이었지만, 전날보다 더 추워진 날씨 탓에 옷을 다시 챙기느라 출발이 조금 늦어졌다. 6시 반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주차 공간이 남아 있어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걸 보니, Subway Cave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날씨는 전날보다 훨씬 더 추웠지만, 아침 공기의 상쾌함 덕분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가는 길에 단풍이 쭉 물들어 있어 세도나의 붉은 바위들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Subway Cave까지 가는 길은 약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길이 좁은 편이라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많아져 계속 양보하며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트레일의 끝, Subway Cave를 보기 위해서는 첫번째 사진에 보이는 절벽을 올라타야 하는데 이곳이 전체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절벽의 경사가 가파르고 발 디딜 곳이 제한적이라, 약간의 암벽 등반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구간만 넘으면, 두세 번째 사진에 담긴 것처럼 자연이 만들어낸 놀라운 장관이 펼쳐진다. 동굴 안에서 보는 독특한 터널 형태와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힘들게 오른 보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Subway Cave는 양쪽에서 모두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오빠가 서 있는 쪽으로 가는 길은 발 디딜 곳이 적고 바위가 미끄러워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쪽에서 찍은 사진은 동굴의 독특한 구조와 멋진 배경이 더 잘 담겨, 인생 샷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사실 나는 무서워서 반대편에서만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마침 어떤 가족이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도움을 주셨다. 그분들이 발 디딜 틈을 친절히 알려주고 손을 잡아 주셔서 용기를 내서 오빠 쪽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더 멋진 각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 가족의 친절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절벽을 오를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몇 명 보였기에, 이 하이킹 코스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성취감이 더욱 크게 와닿았다. 게다가 운이 정말 좋았던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2팀밖에 없어서 사진 찍는 데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자리를 뜰 무렵, 뒤이어 사람들이 몰려와 좁은 공간이 금세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곳에 갈 예정이라면 역시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Subway Cave
Cathedral Rock
Subway Cave를 뒤로하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마지막 하이킹 코스인 Cathedral Rock으로 향했다. Cathedral Rock 역시 세도나에서 인기있는 하이킹 코스 중 하나로, 정상에 도달하면 세도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이 코스는 비교적 짧지만 가파른 구간이 많아 도전적인 하이킹을 제공하며, 정상에서 보는 붉은 바위와 주변 자연경관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우리는 Cathedral Rock에 가기 위해 셔틀을 이용했는데, 이 트레일의 주차장은 매우 좁고, 특히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는 개인 차량으로 들어갈 수 없어 셔틀을 이용해야만 한다. 셔틀은 무료이며, 해당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첨부된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Sedona Shuttle)
Cathedral Rock은 올라가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확실히 가파른 구간이 많아 체력적으로 도전적이었다. 그래도 올라가면서 잠시 뒤를 바라보면, 그 멋진 풍경에 힘든 걸 잊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해서 END OF TRAIL이라고 외치는 순간, 갑자기 어떤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여기가 끝이 아니라며, 옆에 정말 멋있는 장소가 있다고 꼭 가보라고 하셨다. 약간 힘든 표정으로 울상을 짓자, 그 아주머니께서 ‘4분밖에 안 걸린다’며 웃으시면서 격려해주셨다.
그렇게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자, 또 한 번 암벽 등반을 해야 하는 구간이 나왔다. ‘정말 마지막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힘을 내어 올라갔는데, 마지막 구간을 넘어설 때는 그동안의 피로와 힘든 마음이 다 사라지고, 그저 멋진 풍경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너무 압도적인 뷰였다. 그 순간,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말씀을 안 듣고 이곳을 보지 못했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았다. 그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하이킹 코스였던 만큼, 막상 돌아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앉아 볼텍스 기운을 느껴보았다. 세도나의 독특한 에너지와 자연의 기운이 우리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N SR-179 Park and Ride- Sedona Shuttle
이번 세도나 여행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한 시간들이었고, 그 속에서 느낀 평화로움과 힐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하이킹 코스마다 다른 매력을 느끼며, 각기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었던 이 여정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세도나의 에너지가 오래도록 남길 바라며, 꼭 한 번 세도나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껴보시러 떠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