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s in the Windy City
시카고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대도시로, 현대적인 도시 풍경과 역사적인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도시 풍경 덕분에 ‘건축의 도시’로 불리며, 뮤지엄 캠퍼스, 밀레니엄 파크, 윌리스 타워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재즈와 블루스의 본고장답게 음악 문화도 풍부하고, 딥디시 피자와 핫도그 같은 지역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활기찬 도시 분위기 속에서 예술, 음식, 건축을 두루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Transportation / Stay / Weather
우리는 작년 Memorial Day 연휴에 시카고로 여행을 다녀왔다. LA에서 시카고까지는 비행기를 이용했고, LAX 공항에서 O’Hare 공항까지 약 4시간 정도 걸렸다. O’Hare에 도착한 뒤에는 CTA Blue Line을 타고 호텔까지 이동했는데, 공항 내에서 Blue Line을 타려면 Terminal 2로 가야 한다. 처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CTA Blue Line 안내가 바로 보이지 않아서 일단 Terminal 2 표지판을 따라갔고,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야 CTA 표지판도 함께 나타났다. 1일권은 $5에 구매할 수 있었다.



사실 다른 후기들에서 공항에서 연결되는 CTA Blue Line은 비교적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보고 이용하게 됐는데, 우리가 탄 시간이 너무 이른 새벽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꽤 달랐다. 승객 대부분이 노숙자였고, 역 안도 어둡고 썰렁해서 처음부터 조금 불안하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이후 CTA를 이용하지 않게 된 이유는, 이동 중 열차 전력이 나가면서 불이 모두 꺼지고 열차가 멈춰선 순간이었다. 다행히 2~3분 뒤 다시 출발하긴 했지만, 또 이런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그 이후로는 우버를 이용했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트럼프 호텔에서 머물렀다. 차를 렌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이 편리한 곳을 찾다가 Riverwalk 중심에 위치한 이 호텔을 선택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위치 선택은 탁월했다. 호텔 바로 앞에 시카고 강이 흐르고 있어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주요 관광지들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동선이 매우 편리했다. 방은 넓고 정돈되어 있었으며, 화장실도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또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통해 조식 2인 제공과 $100 크레딧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점도 큰 장점이었다. 덕분에 별도로 식당을 찾지 않아도 되었고, 여유롭게 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아침을 즐길 수 있었다. 아침 메뉴는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은 하나같이 맛과 퀄리티 모두 만족스러웠다. 호텔의 위치와 서비스도 훌륭했지만, 이런 세심한 혜택들 덕분에 전체적인 만족도가 더 높았던 것 같다.
Trump International Hotel & Tower® Chicago



시카고는 바람이 많이 불어 ‘Windy City’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고, 날씨 변화가 심하기로도 유명한데, 우리가 여행했을 때는 운 좋게도 날씨가 정말 좋았다. 햇살은 따뜻하고, 걸을 땐 살짝 덥다고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 좋은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LA 날씨와 비슷하게 느껴졌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 딱 좋은 날씨였다. 저녁엔 기온이 살짝 내려가긴 했지만, 자켓 하나 정도만 걸치면 충분해서 여행 내내 옷차림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Millennium Park, Cloud Gate,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Millennium Park였다. 호텔에서 도보로 약 12분 정도 걸렸는데, 리버워크를 따라 걷고 다운타운 거리도 구경하면서 이동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공원 안을 조금 걷다 보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Cloud Gate가 있는 자리다. 흔히 ‘The Bean’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조형물인데, 사진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고 압도적인 느낌이 있었다. 표면이 거울처럼 반사돼 주변 풍경과 사람들까지 그대로 담겨 보는 재미가 있었다.



The Bean을 구경한 뒤, 밀레니엄 파크를 천천히 산책하며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시카고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미술관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5분 전쯤 도착했는데,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나는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해 바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현장 구매를 기다리는 줄은 생각보다 길었다. 줄 서기 싫다면 온라인 예매는 꼭 미리 해두는 걸 추천한다.



미술관 안에는 정말 다양한 전시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Van Gogh 전시를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었는지, 해당 전시장에는 사람이 몰려 있었다. 처음엔 가까이서 자세히 보려고 줄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결국엔 뒤쪽에서 여유롭게 감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술관은 규모가 꽤 크고 전시도 다양해서 천천히 둘러보려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방문하는 것이 좋다. 내부에는 식사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오랜 시간 머물 계획이라면 중간에 이곳을 이용해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Skydeck
미술관을 둘러본 뒤, 미리 예약해둔 Skydeck으로 향했다. 미술관에서 Skydeck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거리였는데, 다운타운을 지나며 이동하기 때문에 도심 풍경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천천히 걷기에 딱 좋았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이 메모리얼 데이여서 거리 곳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었고, 그 덕분에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함께할 수 있었다.



스카이덱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목이 시카고를 주제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어 좋았다. 전시 공간처럼 구성된 이 구간은 단순한 대기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체험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바닥이 유리로 된 포토존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줄을 서서 순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유리 포토존은 총 4개 정도 있었고, 한 팀씩 입장해 사진을 찍는 방식이었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3명 이하일 경우 60초, 4명 이상일 경우 9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덕분인지 줄은 꽤 길었지만 진행이 빨라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유리 위로 올라가면 천장 쪽에 설치된 카메라가 먼저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그 촬영이 끝난 뒤 팀당 60초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막상 유리 바닥 앞에 서니까 다리가 덜덜 떨렸는데,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걸 볼 때는 ‘그 정도로 무섭나?’ 싶었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다.
체험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가면 기념품 샵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사진은 몇 장을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나는 전부 다 구매했고 가격은 약 55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참고로 사진을 실제로 구매해야만 온라인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가격은 다소 비싸긴 하지만 나름의 추억이 될 것 같아서 구입하게 됐다.
Skydeck Chicago
Wendella Tours & Cruises
시카고에 가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리버워크에서 즐기는 건축물 투어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은 도심에서 느끼는 것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건물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도시를 색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Wendella Tour에서 예약했는데, 투어 회사나 투어 종류에 따라 가격이나 소요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웹사이트에 들어가 가격과 일정 등을 비교해 본 뒤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90분짜리 건축물 투어를 예약했는데, 저녁 6시에 출발해서 7시 반쯤 돌아오는 코스였다. 투어 시작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나는 15분 전쯤 도착했더니 이미 앞에 대기 중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예약을 해두면 탑승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너무 늦게 도착하면 좋은 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 투어가 시작되면 가이드분이 시카고의 주요 건축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걸어서 보기에는 어렵거나 놓치기 쉬운 건물들도 배를 타고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강 위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시카고의 건축미를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고, 사진 찍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라 여행 중 꼭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코스였다.
Wendella Tours & Cruises
360 CHICAGO
크루즈 투어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360 Chicago로 향했다. 크루즈 탑승 장소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렸는데, 도심의 야경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어서 걷는 길마저도 분위기 있었다. 이미 낮에 Skydeck에 다녀왔음에도 360 Chicago를 또 찾은 이유는 바로 시카고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였다. 두 전망대 모두 매력이 있지만, 각각에서 바라보는 뷰와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른 느낌으로 시카고를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8시 30분으로 360 Chicago 입장을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날이 메모리얼 데이였던 만큼 사람들이 몰려서 그런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닌 상태라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고, 대기 시간이 길어 조금 힘들었지만, 전망대에 올라가 시카고의 야경을 마주하는 순간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다. 360 Chicago에는 ‘Tilt’라는 체험이 있는데, 유리창이 바깥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지면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나는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시도하진 않았지만, 색다른 스릴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할 것 같다. Tilt 체험은 별도 요금이 있으니, 관심 있다면 공식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보는 걸 추천한다.
360 Chicago
Andy’s Jazz Club & Restaurant
첫째 날의 마지막 일정은 Andy’s Jazz Club이었다. 예전부터 재즈 바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 첫 경험을 시카고에서 하게 되다니 뭔가 더 특별하고 설레는 느낌이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 있었고, 공연 시작 약 15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들려오는 음악 소리와 내부 분위기가 기대감을 더욱 높여줬다.



Main Seating Area / Table로 예약해뒀더니 운 좋게도 무대 바로 앞자리에 안내받았다. 처음엔 너무 앞이라 부담스럽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연주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저녁으로는 쉬림프 리조또와 나초 & 과카몰리, 그리고 맥주와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음식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라이브 재즈 연주에 맥주 한 잔 곁들이니 하루 종일 쌓였던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연주는 몰입감 있게 이어졌고, 1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쉽긴 했지만, 마지막에 들려준 추가곡까지 완벽한 마무리였다.
Andy’s Jazz Club & Restaurant
Riverwalk
둘째 날 오전에는 첫날 크루즈를 타며 지나갔던 Riverwalk를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트럼프 호텔에서 나와 3분 정도만 걸으면 바로 리버워크 다리가 보이고,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수 있는 계단들이 이어져 있어, 위쪽 도심 거리와 아래쪽 리버워크를 자유롭게 오가며 산책할 수 있었다. 아침 시간대라 한적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 좋게 산책하기에 딱 좋았다.



크루즈를 탈 때는 미처 몰랐지만, 리버워크 안쪽에는 식당, 카페, 기념품 샵 등 구경할 만한 공간이 꽤 많았다. 매장 안에도 들어가 보고, 강에서 카약을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발걸음이 자꾸 느려졌고,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리버워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시카고의 도심을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 있는 산책 코스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었다.
Navy Pier / Garrett Popcorn
리버워크를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Navy Pier 쪽으로 이동하게 됐다. 가는 길에 위치한 Chicago Children’s Museum에 들렀는데, 외관만 보고 단순한 전시 공간일 줄 알았던 곳이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식당과 스토어들이 꽤 많아 놀랐다. 잠시 쉬며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고, 바로 옆에 시카고에서 유명한 Garret Popcorn 매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들러 간식을 사 먹었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Garret Mix를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오빠도 맛이 없다고 했고. 혹시 나처럼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처음엔 작은 사이즈로 맛을 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팝콘을 먹고 다시 밖으로 나와 Navy Pier 앞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쉬었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솔솔 부는 바람에 커피까지 더해지니 쉽게 일어나기가 싫었다. LA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괜히 더 아쉽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컸다.
Lou Malnati’s Pizzeria
시카고에는 지오다노스, 우노, 루말나티스—이렇게 세 곳이 딥디쉬 피자로 유명한 3대 피자 맛집으로 꼽힌다. 여러 후기를 찾아본 결과, 루말나티스 피자가 가장 맛있을 것 같아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반쯤이었는데, 내부에는 손님이 꽤 많아 약 15분 정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밖에 있는 테이블도 가능한지 물어보니 직원이 확인 후 바로 자리를 안내해줘서, 생각보다 빠르게 착석할 수 있었다.



호텔에 돌아와 짐 정리를 모두 마치고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는데, 피자가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식어서 맛이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맛있을 줄은 몰랐다. 바로 나왔을 때 먹었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특히 도우가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오빠도 “가게에서 먹었으면 한 판 더 시켰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반면에 파스타는 기대와 달리 정말 맛이 없었다. 루말나티스는 샐러드도 꽤 유명하다고 하던데,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피자는 무조건 다시 먹고, 파스타 대신 샐러드를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
Lou Malnati’s Pizzeria
LA에서 Chicago로 떠난 2박 3일의 알찬 여행. 짧지만 먹고 보고 느낀 모든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인 도시였고, 언젠가 다시 찾게 된다면 이번에 놓쳤던 것들도 하나씩 더 채워보고 싶다. 시카고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이 후기가 작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